퇴직금이 퇴직연금으로 바뀐다고? 의무화 일정과 DB·DC·IRP 차이 총정리
퇴직연금 의무화 추진 일정과 퇴직금과의 차이, DB·DC·IRP 세 가지 유형, 내 퇴직금에 생기는 변화까지 한 번에 정리했습니다.
“앞으로 퇴직금이 없어지고 퇴직연금으로 바뀐다”는 뉴스를 보고 불안해진 분들이 많습니다. 내 퇴직금이 줄어드는 건지, 목돈으로 못 받게 되는 건지 걱정부터 앞서죠. 결론부터 말하면 받을 돈의 액수가 줄어드는 제도가 아니라, 회사가 갖고 있던 내 퇴직급여를 외부 금융기관에 의무적으로 맡기게 하는 변화입니다. 오히려 회사가 망해도 퇴직금을 떼이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차이, 의무화 추진 일정, DB·DC·IRP 세 가지 유형, 그리고 직장인 입장에서 달라지는 점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 뭐가 다른 걸까
두 제도 모두 “1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근속 1년당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지급한다”는 계산 방식은 같습니다. 다른 것은 그 돈이 퇴직 전까지 어디에 보관되느냐입니다.
퇴직금 제도는 회사가 장부상으로만 퇴직급여를 쌓아두다가, 직원이 퇴사할 때 회사 자금으로 한 번에 지급합니다. 돈이 회사 안에 있기 때문에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지급이 밀리거나 아예 떼이는 일이 생깁니다. 실제로 2023년 전체 임금체불액 가운데 38.3%가 퇴직금이었을 정도로, 임금 체불의 상당 부분이 퇴직금에서 발생합니다.
퇴직연금 제도는 회사가 매년 퇴직급여 재원을 은행·증권사·보험사 같은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합니다. 돈이 회사 밖에 있으므로 회사가 폐업하거나 부도가 나도 적립된 금액은 보호됩니다. “연금”이라는 이름 때문에 무조건 나눠 받아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퇴직 시 일시금으로 받을지 연금으로 받을지는 지금처럼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즉 이번 변화의 핵심은 “퇴직금을 없앤다”가 아니라 “퇴직급여를 회사 금고가 아닌 외부에 쌓게 한다(사외적립 의무화)“입니다.
왜 지금 의무화를 추진할까
퇴직연금 제도는 2005년에 도입됐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입은 회사 선택 사항입니다. 그 결과 대기업은 대부분 도입한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작 체불 위험이 큰 영세 사업장 근로자일수록 보호 밖에 있는 구조입니다.
정부는 2025년 8월, 퇴직연금을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공개된 로드맵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기 | 의무화 대상 |
|---|---|
| 2027년 |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 |
| 2028년 | 5인 이상 ~ 99인 이하 사업장 |
| 2030년 | 5인 미만 사업장 |
이어 2026년 2월에는 고용노동부와 노동계·경영계가 참여한 노사정 논의에서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에 합의하면서 제도 개편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의무화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 일정은 정부가 발표한 추진 계획이며, 실제 적용 시점은 법 통과 이후 확정되므로 본인 회사가 해당되는 시점에는 최신 발표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퇴직연금 3가지 유형: DB·DC·IRP
퇴직연금이 의무화되면 회사는 DB형과 DC형 중 하나(또는 둘 다)를 도입하게 되고, 근로자는 여기에 개인형 IRP를 더해 관리하게 됩니다. 세 가지의 차이를 알아두면 회사에서 유형을 선택하라고 할 때 당황하지 않습니다.
| 구분 | DB형 (확정급여형) | DC형 (확정기여형) | 개인형 IRP |
|---|---|---|---|
| 운용 주체 | 회사 | 근로자 본인 | 본인 |
| 받는 금액 | 퇴직 직전 평균임금 × 근속연수 | 매년 입금액 + 운용 수익 | 납입액 + 운용 수익 |
| 운용 성과 책임 | 회사 | 본인 | 본인 |
| 유리한 경우 | 임금 상승률이 높은 장기근속자 | 임금 상승이 정체됐거나 운용에 자신 있는 경우 | 퇴직금 수령·추가 납입용 계좌 |
DB형은 기존 퇴직금과 계산이 같습니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받으므로, 승진과 연봉 인상이 계속되는 사람일수록 유리합니다. 운용은 회사가 알아서 하고 성과가 나빠도 내가 받을 금액은 정해져 있습니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내 계좌에 넣어주고, 그 돈을 내가 직접 굴리는 방식입니다. 운용을 잘하면 DB형보다 훨씬 많이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성과가 나쁘면 그만큼 줄어듭니다. 임금피크제를 앞뒀거나 연봉 상승이 멈춘 시기라면 DB형보다 DC형 전환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회사 제도가 아니라 개인 계좌입니다. 퇴직할 때 퇴직급여를 받는 통로가 되고(55세 미만 퇴직자는 원칙적으로 IRP 계좌로 이전받습니다), 여기에 개인 돈을 추가로 납입하면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500조 시대, 그런데 수익률이 문제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5년 말 기준 약 501조 원으로 1년 만에 16% 넘게 불어나며 500조 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2025년 연간 수익률도 6%대로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전체 적립금의 75% 이상이 예금 같은 원리금보장형에 잠들어 있고,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2%대에 그칩니다. 물가 상승률을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라, 같은 돈을 넣고도 어떻게 굴렸느냐에 따라 은퇴 시점의 금액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논의되는 것이 기금형 퇴직연금입니다. 지금처럼 회사가 금융기관과 개별 계약을 맺는 방식(계약형) 대신, 전문 기관이 여러 회사의 적립금을 모아 규모의 경제로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국민연금처럼 전문가 조직이 굴려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이며, 중소기업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의 “푸른씨앗” 같은 공공 기금형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금형은 강제가 아니라 회사와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직장인 입장에서 달라지는 것, 달라지지 않는 것
제도 개편 뉴스에서 정작 궁금한 건 “그래서 내 돈은 어떻게 되는데?“입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달라지지 않는 것
- 퇴직급여 계산 방식(근속 1년당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은 그대로입니다.
- 주택 구입, 요양 등 법정 사유에 해당하면 중도인출도 지금처럼 가능합니다.
-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받을지 연금으로 받을지 선택권도 유지됩니다.
- 이미 쌓여 있는 과거분 퇴직금을 소급해서 강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무화 시행 이후의 근속 기간부터 사외적립이 적용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달라지는 것
- 퇴직급여 재원이 회사 밖 금융기관에 쌓이므로 회사가 어려워져도 떼일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 DC형이라면 내 퇴직급여의 운용 성과를 내가 챙겨야 합니다. 방치하면 낮은 금리의 원리금보장형에 묶여 있기 쉽습니다.
- 퇴직급여를 IRP로 받아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퇴직소득세를 30~40% 감면받습니다. 연금 수령이 세금 면에서 유리해지는 구조는 앞으로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해두면 좋은 준비 세 가지
- 우리 회사 제도부터 확인하기 — 이미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는지, DB형인지 DC형인지 인사팀이나 급여명세 관련 안내에서 확인하세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내 이름으로 가입된 연금을 한 번에 조회할 수도 있습니다.
- DC형이라면 운용 상태 점검하기 — 가입만 해두고 한 번도 안 들여다봤다면 원리금보장형에 100% 들어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본인의 은퇴까지 남은 기간에 맞춰 운용 방법을 조정하고, 직접 고르기 어렵다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위험 등급이라도 확인해 두세요.
- IRP 계좌 미리 이해해 두기 — 이직이나 퇴직 시 퇴직급여가 들어오는 계좌이므로, 수수료가 낮은 금융기관을 미리 비교해 두면 좋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추가 납입으로 세액공제 혜택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의무화는 아직 입법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세부 내용과 시행 시기는 바뀔 수 있습니다. 다만 방향 자체는 “퇴직급여를 더 안전하게, 더 잘 굴리자”는 쪽으로 잡혀 있으므로, 지금부터 내 퇴직급여가 어디에 어떻게 쌓이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확실한 준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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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자료
이 글의 수치와 제도 내용은 아래 공식 자료를 확인해 작성했습니다. 제도와 금액은 바뀔 수 있으니, 실제 신고·신청 시점에는 원문을 다시 확인하시는 것을 권합니다.